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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건의 관점에서 본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록
작성자 VHmall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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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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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8일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흔히 ‘게임중독’으로 불리는 ‘게임이용장애 (gaming disorder)’를 정식 진단명으로 채택하는 국제질병분류(이하 ICD-11)를 의결했다. 앞으로 이 기준을 따르는 국가에서는 의사가 “게임이용장애에 걸렸다”라고 진단한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ICD-11을 따라 한국표준질병분류(이하 K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록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으며, 이에 따른 집단 간 마찰이 크다. 게임 산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게임계와 이 산업에 깊게 관계된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 의료계와 보건복지부는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시민 다수의 건강’이라는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과연 ‘게임이용장애’의 질병 등록을 어떻게 봐야 할까? 몇 가지 오해와 논란 지점들을 통해 고민해보자.


게임을 많이 하면 '게임이용장애'다?


  게임을 심하게 많이 하면 ‘게임이용장애’가 되는 걸까? ICD-11에서 결정된 공포된 ‘게임이용장애’의 진단기준은 표와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진단기준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심각한 정도의 삶의 장애상태가 12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타나야만 ‘게임이용장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게임 업계와 개발자단체들은 질병코드 지정이 “게임 자체를 잠재적 질병 유발 요인으로 바라보는 것이다”라거나, “게임을 마약과 같은 유해한 것으로 본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질병코드 지정은 게임 자체를 문제를 삼고 있지 않다.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진단을 내리자고 하지도 않는다.


  게임 이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심각한 장해 상태까지 갈 경우, 이를 의학적으로 개입할 질환으로 보자는 정도에 가깝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 기준이 보수적이라며, 오히려 ‘게임이용장애’를 진단받지 못하는 중증도 환자가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게임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


  전 세계 청소년들의 평균적인 게임 이용 시간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증가 해왔다.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게임 이용 시간은 70분 이상이며, 한국과 일본의 경우 상위 10% 게임 이용자가 하루 3시간 이상 게임을 하고 있어 그로 인한 부작용도 빈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게임이용장애’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0.3~1% 정도로 파악된다.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청소년를 기준으로 하면 서양의 경우 1~10%,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10~15%까지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게 무해한 방식으로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청소년은 자발적이든 아니든 지속적인 게임 행동으로 인해 육체적, 심리적 건강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으며 스스로 중단을 원할 때도 게임을 중단할 수 없거나 학교 중도 탈락, 가족 갈등, 가난한 정신 건강, 사회적 고립과 같은 문제가 교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존재하는 질환에 대해 진단명만 없었을 뿐, 국내와 해외 모두 게임중독 상황을 두고 병원을 비롯한 보건기관에서 이미 치료를 해왔던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는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같은 다른 진단명으로 상담, 치료하는 사례들이 여러 현장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문화재단이 만든 ‘게임과몰입 힐링센터’라는 센터가 전국에 5개 운영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는 우울증 같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으로 인해 게임을 과도하게 이용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게임으로 인해 우울증이 동반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정신과에서는 이미 게임의 과도한 이용을 중요하게 모니터링 해야할 독립적인 변수로 보고 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WHO와 같은 국제기구가 일정한 증상을 질병으로 규정하려면 관련된 연구가 있어야만 한다. 사실 게임의 중독에 관해서는 꽤 오랜 연구가 축적되어 왔다. 뇌에 쾌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기능이 알려진 게 1950년대인데, 도파민이 게임을 할 때도 분비된다는 게 1998년 뇌 영상 연구에서 입증됐다. 또한, 게임장애는 도박장애로 인해 생기는 중독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으며, MRI와 CT 등으로 촬영한 뇌에 대한 기능적 신경 이미지 역시 비슷한 영역이 활성화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2000년대 초반부터는 역학조사를 시작하고 통계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2010년대에 들어서는 영국, 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서 수천 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가 이루어졌고 여기에서도 지나친 게임 이용이 충동 조절 등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ICD와 함께 정신의학 분류 기준의 중요한 기준인 DSM-5에서도 게임 문제가 떠올랐다. DSM은 미국 정신의학협회(APA)가 내놓는 진단 기준인데, 2013년에 ‘추가연구 요망 항목’으로 ‘인터넷 게임장애’를 넣었다. 그 뒤 5년간 연구가 계속되었고 정신 의학, 임상 심리, 내과, 가족 실습, 아동 연구, 역학, 신경 생리학, 공중 보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WHO의 입장을 공식적인 것으로 볼 때, 현재까지 보건의료계가 게임중독에 대해 내린 입장은 일관된다. 게임의 본질이 무엇이든 질병의 수준까지 오남용 되는 케이스가 발견되며, 이러한 증상에 대한 추적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타리크 야샤레비치 대변인은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의결은 여러 증거를 검토해 이뤄졌다. 전문가 자문 과정에 다양한 분야가 참여했고 지역 전문가들의 합의도 반영했다. 오래전부터 학계와 병원들의 많은 임상 사례들이 보고됐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ICD-11에서 확립된 중독의 개념 확장, ‘행위중독’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중독’의 의미가 과거에 비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의학적으로 ‘중독’이라는 개념을 말할 때에는 술, 담배, 마약 등 물질에 대한 중독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번 ICD 개정판에서는 ‘물질중독’과는 다른 분류로서 ‘행위중독’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WHO가 발표한 국제질병분류의 행위중독에는 ‘도박장애, 게임이용장애, 기타 이용장애’ 세 가지가 포함되었다.





  어떤 현상이 중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체적·물질적 차원에서 ①내성과 ②금단현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개념이었다. 이런 근거를 이유로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물질적 기준이 없는 ‘게임이용장애’는 진단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WHO에 자문활동을 해온 이해국 카톨릭대 의대 교수는 “게임장애가 생체 신호로 측정이 안 되니까 중독이 아니라는 주장은 틀렸다”라고 말한다. 게임과 같이 행위를 통해 만족을 얻는 중독의 경우, 안 하면 괴롭고 더 오랜 시간 몰두하게 되는 것 자체가 내성과 금단현상을 포괄한다는 것이다. WHO는 같은 이유로 ‘행위중독’의 핵심 증상으로 조절 불능(loss ofcontrol)과 우선시(prioritization)를 새롭게 제시했다.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게임, 보건의 이슈로 가져오다


  ‘게임이용장애’를 진단명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게임중독이 마약처럼 치명적이다’라는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모니터링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가깝다. 질환에 대해서 진단명이 존재하게 되면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관리와 통계가 체계화돼 의료와 공중보건의 정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아직 게임에 관련된 질환은 진단명이 없기 때문에 치료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모든 비용을 환자가 부담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ADHD 등 다른 진단명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임상적인 경험을 체계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치료 체계도 혼란을 겪는다.


  게임장애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은 중독이다. 담배나 술 마약에 비해 게임에 대해서는 제약이 적기 때문에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많이 노출된다. 또한 게임이 즉각적 만족을 일으키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더 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유병률 1%로 가늠하는, 정말 심각한 사람들에게는 치료와 상담서비스가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중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 청소년이다. 제대로 된 보건정책이라면 이들을 지원하고 책임질 대책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만약 질병코드가 부여된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보험 혜택을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따라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정책 반발, 게임업계가 노력할 점


  국내 게임업계는 WHO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이 국내에 도입되게 된 후 환자로 분류되어 게임 이용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게임업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아니다. 게임업계는 이런 기조 변화에 맞추어 부수적으로 생기는 규제 강화와 정책 변동이 생긴다는 점에서 정책에 반발한다.


  WHO의 이번 결정을 근거로 정부는 주류와 담배처럼 게임을 유해물로 보고 별도의 세금을 매기거나 게임회사에 공익 기금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질병 분류에 포함될 경우 연간 2조원 이상의 산업 피해가 일어날 거라고 예측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물론 게임업계와 관련되었다고 해서 모두 질병 분류를 반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기회를 국내 게임 산업이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게임개발자연대의 김환민 사무국장은 “게임이용장애를 겪는 사례들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를 게임 사용자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게임이용장애를 유발할 만한 요소들을 게임업계가 먼저 찾아내고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해 보인다. 국내 온라인 게임을 보면 계속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되도록 오래 게임을 이용하게끔 여러 장치를 활용해왔다. 방학 기간에 ‘출석체크 이벤트’를 벌여 게임 아이템을 주거나 뽑기 식의 ‘확률형 게임 아이템’을 제공해 게임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게 한다. 한국 게임이 문화로 뿌리내리려면 문제점을 연구하고 조사해 게임의 부정적 요소들을 줄이려는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서 ‘게임이용장애’는 언제 적용될까?


  국제적으로 ICD-11이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바로 한국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KCD라는 질병분류체계가 있다. 의외로 보건복지부가 아닌 통계청에서 이 체계를 관리하며 5년마다 개정을 하고 있다. ICD-10이 1990년에 개정되었고 ICD-11로 바뀌기까지 28년이 넘게 걸렸다. ICD-10까지는 질병 개수가 1만4천여 개였는데, 이번에는 그 수가 5만5000여 개로 늘었다. 이처럼 이런 기준들을 제대로 논의하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국에서는 2020년에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게임이용장애’가 등록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2026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찬성과 반대보다는, ‘건강할 권리’라는 더 중요한 질문으로


  사회적으로 봤을 때, 게임은 경제와 문화의 영역뿐만 아니라 보건의 영역에도 속하게 된다. ICD-11의 사례는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산업을 어떻게 들여다볼 것인가, 질환에 취약한 계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더 중요한 질문들을 수면 위로 떠올렸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은, 디지털 기술이 유발하는 건강 문제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고 보조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 화두로 옮아가야 바람직한 토론 주제가 될 것이다.


  서양보다 게임 이용 시간이 3배나 많은 한국의 경우 더욱 신중하고 깊이 고민해야 한다. 어느 국가나 산업의 발전은 중요하고,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자유 또한 중요하다. 의료계에서도 특별히 반대하는 가치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누군가 아프거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거기에는 개입이 필요하다. ‘게임이용장애’의 도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과 무관하게, 개입의 필요성에서부터 합의점을 찾고 보다 많은 사람이 건강할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김주성 약사

참고도서

- WHO 산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ICD) 11판 공식 홈페이지

- Daniel L. King 등. Not Playing Around: Gaming Disorder in the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11) . 2019,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 Przybylski AK 등. Internet Gaming Disorder: Investigating the Clinical Relevance of a New Phenomenon. 2016. Am J Psychiatry

- Rumpf Hans-Jrgen, Including gaming disorder in the ICD-11: The need to do so from a clinical and public health perspective. 2019.

- '게임이용장애‘ 그 오해와 진실. 시사인 기사.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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